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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을 흔들어서




불빛을 흔들어서

 

 

                                                                                                                 장석남

 

음악을 틀고
촛불을 켜고
숨결로, 몸짓의 바람으로
불빛을 흔들어서
불이 일그러뜨리는 방과 책과 음악과
내 그림자를, 서글픔들을
무슨 수로도 외면할 수 없는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다시 들여다보고

 

차라리 불을 끄고
방을 지우고 내 그림자를 지우고
책을 지우고 공책을 지우고 공책 속
시를 지우고
귓속에
오래 전에 들어둔
물결 소리들이나 방목할까
(이미 방목되고)
물가에 찍혔던 발자국들
음흉한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음악을 틀고
촛불을 켜고
불빛을 흔들어
몸짓을 조이고
숨죽여
불빛 속을 들여다본다

 

숨으로 몸짓의 바람으로
불빛을 흔들어
시를 흔들어
바람벽에
詩를 시의 石佛을 그린다




장석남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中, 문학과지성사,1999.

by jhimine | 2008/06/16 21:22 | 눈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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